#0. 들어가며
내 주 전공은 컴퓨터교육과다.
나는 개발자 진로를 희망하지만, 졸업을 위해 필수로 교육실습(a.k.a 교생)을 해야 한다.
26년 5월 한 달간 내 모교인 창현고에서 정보 교과로 교육실습을 다녀왔다.
우리 대학은 교육실습 종료 후 자유양식의 실습소감문을 제출해야 한다.
AI 딸깍으로 쓸 수 있겠지만, 나에게 의미 있는 경험이었고 많은 생각을 했던 한 달이었어서 이왕 하는 거 진짜 내 이야기를 적어보려 한다.
사실 지금까지 블로그에는 기술적인 이야기를 주로 적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쓰는 게 약간은 낯간지럽고 어색하지만..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가끔 이렇게 시시콜콜한 내 이야기와 생각을 공유해보고 싶다ㅎㅎ (물론 이게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음)
#1. 교육실습을 통해 나를 알아가다
제목은 교육실습 소감문이지만, 나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 될 것 같다.
교육실습 3주 차에 기업 임원 면접 일정이 잡혀서 교육실습과 면접 준비를 병행했다. 임원 면접의 특성상 기술적인 이야기보다는 진짜 "나"에 대한 이야기, 나의 가치관과 나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필연적으로 준비해야 했다.
컴퓨터교육과가 주 전공인데, 왜 교사가 아닌 개발자를 선택했는가?
이 질문은 대학 진학 후 이미 많~이 받아왔던 질문이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매번 어떻게 대답하는 게 적절할지 고민되는 질문이었다.
지금까지 나 나름의 답을 내려왔지만, 면접을 준비하며 다시 곱씹어 봤을 때 그다지 적절한 답이 아니었다.
그래서 다시 이번 면접을 계기로 나의 경험들을 되돌아보며 "왜 개발자?"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경험들이 교육실습의 현장과 맞물리면서, 드디어 나 스스로에게 납득이 가는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2. "왜 교사?"
왜 컴퓨터교육과를 선택했는가?
대학 원서를 넣을 때 한 장을 제외하고 모두 컴퓨터공학과를 썼다. 지금의 학교는 소프트웨어학과를 쓰기엔 점수가 모자랐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컴퓨터교육과를 썼다. 결과적으로 나는 학과보다 학교를 선택했고, 성균관대 컴퓨터교육과에 진학하게 되었다. 개발자를 하기 위해 컴퓨터공학과를 지망했던 것은 맞지만 내 진로에 대한 확신이나 원대한 꿈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에 대한 고민도 정말 많이 했었는데 오늘 이야기에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생략하겠다.
처음에는 전략적 선택이었지만, 마음 한 편으로는 "나 교사하면 잘하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내 강점은, 가르치는 능력(티칭)이다. 공부를 잘하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은 다르다. 어렸을 때부터 반 1등은 따로 있어도, 가장 잘 가르쳐주는 사람은 나였다. 시험기간에 찾아오는 친구가 많아서 줄을 세워놓고 한 명씩 질문을 받았던 적도 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이 경험을 살려서 학원 조교와 과외를 했다. 시범 과외를 하고 나면 항상 집 가는 길에 과외 성사 연락이 왔고, 시급을 높여가다 보니 수원 지역을 벗어나 판교나 강남으로 과외를 다니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이 계속되니까 "아 내가 진짜 잘하는 건 가르치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내가 진짜 잘하는 걸 한다면, 교사를 선택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하고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특히 주변에 실력 좋은 개발자들을 보며 자신감을 잃어가던 시기에 이 고민이 최고조에 도달했었다.
#3. "왜 개발자?"
그럼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건 무엇일까?
면접을 준비하면서 "왜 개발자?"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작년 한 해를 되돌아봤다.
2025년은 우아한테크코스를 하면서 개발자로서의 역량을 쌓는 데 집중한 시간이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정말 즐거웠던 순간은 내가 가진 것을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순간들이었다. 미션을 풀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재밌었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공유할 수 있는 활동에는 언제든지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우테코 활동 중 강의대장, 프로젝트 페어 프로그래밍, 우아콘 공유와 같은 활동들이 기억에 남는다.
두 번 열린 강의대장 활동에 두 번 다 자원해서 미니 피드백 강의를 진행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인프라 구축을 혼자 빠르게 끝내는 대신 인프라 경험이 없는 팀원들과 페어프로그래밍으로 진행했다. 하루면 될 일에 주말 이틀을 썼는데 전혀 힘들지 않았고 오히려 재밌었다. "사범대 인재를 컴공이 뺏어갔다"라는 팀원의 농담도 기억에 남는다ㅎㅎ 우아콘을 다녀온 후 후기를 글로 남기는 대신 사람들을 모아서 짧은 발표와 토의 형태로 공유한 경험도 있다. 길어야 10~15분 정도 예상했는데 하다 보니 서로 나눌 말이 많아서 50분 정도 진행됐다.
이밖에도 테코톡, TIL 스터디 운영, 기술 블로그 등 나누고 공유하는 활동에는 적극적으로 즐겁게 참여했다. 우테코의 정해진 일과 시간은 10시 ~ 18시였는데 나는 보통 9시에 와서 22시에 집에 가곤 했다. 혼자 하는 것보단 같이 이야기를 하면서 공부하고 개발하는 과정이 잘 맞았고 몰입할 수 있었다.
이렇게 다시 돌아보니,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은 '함께 나누며 성장하는 것'이었다. 내가 '가르치기'를 좋아하는 것도 이것의 연장선이었다. 어렸을 때 쉽게 접할 수 있었던 나눔의 형태가 공부, 과외였던 것이다. 우아한테크코스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입체적인 경험을 통해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개발자라는 직업은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직업이다. 그리고 혼자 공부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공부한 것을 활발히 공유하고 나누고 커뮤니티를 만들며 함께 성장하는 오픈소스 문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내가 개발자로서의 삶에 매력을 느끼고, 작년 한 해 동안 몰입할 수 있었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4. 그리고 교육실습
면접이 끝난 후 교육실습은 계속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사람들 사이에 놓인 나를 관찰하게 되었다.
수업을 준비하고 실연하는 것은 재밌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정보를 왜 배울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시작했다. 반짝거리는 학생들의 눈빛, 끝나고 남아서 질문하는 학생들이 기억에 남는다. 고등학교 후배들과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경험은 참 소중했다.
교육실습 동안에 제일 기억에 남는 경험은 역시 동료와 함께 성장하는 경험이었다.
내가 가진 IT 지식을 활용해 학교와 선생님들의 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있었다. 학교에서 디지털 전환과 AI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 개선을 계획 중이었다. 교생 담당 선생님이 나에게 조언을 구하셨고, 학교 현장의 고충을 직접 담당 선생님들과 이야기했다. 1시간가량의 논의 끝에 최종적으로 노션 시스템 도입을 제안드렸다. 이후에 학교 선생님들과 교생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노션 특강을 열었다. 그 밖에 교생 선생님들에게 AI 활용법을 알려주거나 수업 자료를 웹 페이지로 배포해 수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반면 교육실습 연수를 들으며 교사의 워라밸과 같은 장점을 들을 때는 별로 내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학교에서 정보 교사로서 전문성을 기르거나 그걸 나눌 열정 있는 동료를 만나는 것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보였다(대부분의 중·고등학교의 학교당 정보교사 수는 많아야 1명이다). 또한 함께 수업을 하는 학생들도, 모두가 열정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5. 마치며
5월 마지막 주 교육실습 평가회 때 소감을 말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이때 나는 이런 말을 했다.
교육실습을 통해 나를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 말은 빈 말이 아니었다. 한 달 동안의 경험과 성찰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좀 더 뚜렷하게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작년에 솔라, 리사와 원온원을 했을 때 개발자로서 나의 호불호, 즉 어떤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지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지금까지 나는 호불호가 없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정의했기 때문에.. 나에게 너무 어려운 문제였다. 1년 동안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이제야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답을 찾은 것 같다.
나는 함께 나누며 성장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이것에 강점을 가진 사람이다. 이러한 내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활용할 줄 아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
물론 또 새로운 환경에 가면 또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른다.
지금까지의 나의 경험을 종합해서 내린 결론이다.